ADHD에 대하여

마스킹(가면) 증후군: 성인 여성 ADHD가 진단에서 놓치는 신호

kcm528352 2025. 5. 13. 01:00

▣ 마스킹(Masking) 증후군: 성인 여성 ADHD가 진단에서 놓치는 신호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는 오랫동안 주로 남성에게 진단되는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여성이 ADHD 증상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은밀한 형태로 나타나 진단에서 종종 누락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마스킹(Masking)’, 혹은 '가면 증후군'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성인 여성 ADHD가 어떻게 진단에서 비껴가는지, 마스킹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해 심리학적 통찰과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 합니다.

 

마스킹(Masking) 증후군: 성인 여성 ADHD가 진단에서 놓치는 신호


■ ADHD 마스킹(Masking): 증상을 감추는 '사회적 연기'의 기술
ADHD 마스킹이란 주의력 결핍, 충동성, 시간 관리의 어려움, 감정 기복 등 자신의 어려움을 감추기 위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정상처럼’ 보이도록 행동하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마스킹은 특히 여성 ADHD 당사자에게서 자주 관찰되며,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항상 정리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거나, 스스로 정리 강박에 시달림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완벽주의자로 보이기 위해 극단적인 노력을 기울임
집중이 힘들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척’하는 연기를 함
감정 기복이 심해도 사회적 요구에 맞춰 이를 억누름

이와 같은 행동들은 사회적 기준에 적응하려는 일종의 생존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ADHD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기도 합니다.

■ 성인 여성 ADHD가 진단에서 누락되는 구조적 문제
ADHD 진단 체계는 오랫동안 남성 아동의 전형적인 증상에 맞춰 개발되어 왔습니다.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 공공장소에서의 통제력 부족 등이 주요 진단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성인 여성 ADHD는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조용한 산만함: 멍하니 있거나, 사고가 계속 다른 곳으로 샘
내면의 혼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머릿속은 끊임없는 소란
감정적 피로: 지나친 공감과 자기검열로 정서적 탈진
사회적 위장: '잘하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내면은 무너짐

이러한 특성은 기존 평가 지표에 잘 반영되지 않으며, 많은 여성들이 ADHD 대신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ADHD 진단을 받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여성도 적지 않습니다.

■  ADHD 마스킹의 대가: 번아웃, 자존감 상실, 정체성 혼란
마스킹은 겉보기에 ‘잘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유지해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심리적 소진과 자아 정체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연기는 만성적인 피로와 번아웃을 유발
자신의 진짜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다 보면 우울감과 무기력이 찾아옴
실수할 때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라는 자기비난이 심화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자기감각과 정체성을 상실

이러한 고통은 ADHD보다 우울이나 불안장애로 잘못 진단되기 쉽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개입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특히 '모든 걸 잘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받는 여성일수록 마스킹은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 성인 여성 ADHD의 주요 마스킹 신호 5가지
진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마스킹의 신호를 읽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는 성인 여성 ADHD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마스킹 행동들입니다:

1.과도한 목록 작성: 끝없는 리스트 작성, 그러나 실천은 어려움
2.완벽주의 강박: 작은 실수에도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느낌
3.과잉 공감: 타인의 감정엔 과하게 반응하지만, 자신의 감정은 억제
4.사회적 피로감: 모임 후 탈진, 부탁을 거절하지 못함
5.감정 기복 숨기기: 짜증·슬픔·분노를 억누르고 늘 괜찮은 척

이러한 행동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ADHD 마스킹의 일환일 수 있음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 ADHD 마스킹을 풀기 위한 치료적 접근
ADHD 마스킹을 해체하려면 단순한 약물 치료를 넘어서 심리적 작업과 정체성 회복이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인지행동치료(CBT): 자동적 사고와 감정 반응의 패턴을 이해하고 수정
자기 수용 기반 치료(Compassion-Focused Therapy): ‘잘하려고 했던 나’를 비난이 아닌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여성 ADHD 전문가와의 상담: 성별 특성과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진단 및 치료 계획
약물 치료 병행: 아토목세틴 등 비자극성 약물로 주의력 및 감정 기복 조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DHD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이제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 마스킹 해체 과정에서 유의할 점
마스킹을 벗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착한 딸’, ‘능력 있는 직원’, ‘좋은 엄마’와 같은 역할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온 여성일수록 깊은 혼란과 두려움을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자기 노출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능력 있어 보이기 위해 스케줄을 꽉 채우기보다는, 힘들 땐 “오늘은 나도 지쳐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작은 연습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마스킹은 견고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던 진짜 나는 여전히 회복 가능합니다. 그 가능성을 믿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 ADHD 마스킹을 극복한 여성들의 이야기
많은 여성들이 30~40대에 ADHD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웠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내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문제를 감추느라 너무 애썼던 거였어요.”
진단 이후, 이들은 다음과 같은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기 시작
자존감이 회복되고 자기신뢰 형성
인간관계에서 ‘진짜 나’로 소통
회피가 아닌 선택의 삶으로 전환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지만, 마스킹이라는 껍데기를 하나씩 벗겨내는 내면의 회복 여정으로서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 마무리: 더 이상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인 여성 ADHD는 여전히 진단 체계와 사회적 인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마스킹으로 인해 진단이 지연되거나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신호를 읽고 반응한다면, 침묵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치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괜찮지 않은데, 계속 괜찮은 척을 해요.”
그 속에는 외면하지 말아야 할, 간절한 도움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