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에 대하여

미니멀리즘 예산표: ADHD 뇌가 버티는 가장 단순한 재무 틀

kcm528352 2025. 5. 16. 01:00

▣ 미니멀리즘 예산표: ADHD 뇌가 버티는 가장 단순한 재무 틀 ▣

 


1.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뇌가 예산표를 버거워하는 이유


“가계부만 열어도 머리가 아파요.” 많은 성인 ADHD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렇게 지출 항목은 많고, 계산은 복잡할까요? ADHD의 뇌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는 데 강점을 가지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목록이나 복잡한 절차를 접하면 압도감(overwhelm)과 회피 반응이 즉시 작동합니다.

특히 숫자, 마감일, 장기 계획처럼 ‘구조화된 재무 관리’는 ADHD 뇌의 특성과 상충되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ADHD 뇌는 즉각적인 보상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지연된 보상에는 동기부여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배달비를 줄이자” 같은 계획을 세워도 뇌는 눈앞의 편안함이나 즐거움을 우선시합니다.
여기에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와 실행 기능 저하(executive dysfunction)가 더해지면, 예산 관리는 스트레스의 온상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ADHD 당사자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 예산표'를 소개합니다. 머리를 복잡하게 하지 않고, 오직 3가지 핵심 영역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재무 스트레스를 줄여보세요.

 

미니멀리즘 예산표: ADHD 뇌가 버티는 가장 단순한 재무 틀


2. ADHD 예산표의 핵심: 딱 3가지만 기억하자


ADHD 당사자에게 복잡한 예산표는 독과도 같습니다. 이는 게으름이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주의력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예산표의 ‘미니멀리즘화’,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정보만 남기는 것입니다.

다음은 ADHD 뇌에 최적화된 세 가지 영역입니다:

생존(Needs): 고정비 및 필수 지출 (예: 월세, 공과금, 식비)
생활(Wants): 즐거움과 유연 지출 (예: 외식, 문화생활, 카페)
미래(Future): 저축, 투자, 비상금

예를 들어, 월 소득이 300만 원이라면 50:30:20 비율로 분배해보세요. 중요한 건 ‘정확한 금액’보다도 한눈에 들어오는 큰 그림 구조입니다. ADHD 뇌는 디테일보다는 전체 흐름과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실행력이 높아집니다.

※TIP: 스마트폰 메모앱이나 A4 용지에 '생존 / 생활 / 미래'라는 제목만 크게 쓰고, 대략적인 금액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예산표는 멋지게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3. ADHD 예산표는 ‘주 단위’로 리셋하라


대부분의 예산표는 월 단위로 구성되어 있지만, ADHD에게 한 달은 너무 길고 추상적입니다. 반면 ‘주 단위’는 부담도 적고, 행동에 옮기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 자유지출(Wants)이 30만 원이라면, 이를 4주로 나눠 한 주에 75,000원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매주 월요일, ‘이번 주 한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예산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주 단위 리셋’은 충동 소비 후 자책 루프를 끊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이번 주는 초과했지만, 다음 주는 조절하면 돼”라는 생각이 가능해지면서 전체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도 지속적인 습관 형성이 가능해집니다.

※TIP:  ADHD는 ‘초과 지출 → 실패 → 포기’라는 3단계 루프가 빠르게 작동합니다. 주 단위 리셋은 실패를 학습 기회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전략입니다.

 

 


4. ADHD 예산표에는 ‘의사결정 지연 장치’가 필요하다


ADHD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충동성(impulsivity)입니다. 특히 스트레스나 감정의 고조가 있을 때, 갑작스러운 소비가 발생하죠. 그래서 예산표에는 단순한 숫자 정리 이상의 기능, 즉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전략은 ‘48시간 대기법’입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바로 결제하지 말고, 메모장에 적어둔 뒤 48시간 후에 다시 검토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생존/생활/미래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 질문해보세요. 이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또한, '충동예산'을 미리 확보해두는 방식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이 달엔 이유 없이 써도 되는 10만 원”을 지정해두면, 자율성과 구조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습니다.

※TIP: 충동을 억누르는 것보다 구조 속에 안전하게 포함시키는 방식이 ADHD 뇌에는 더 지속 가능한 해결책입니다.

 

 


5. ADHD 예산표는 ‘정서적 에너지’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ADHD에서 예산 관리는 단지 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서적 에너지 관리의 일부입니다. ADHD 당사자는 예산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 자기 비난, 자존감 저하, 통제력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따라서 미니멀리즘 예산표는 단순히 숫자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키워주는 도구여야 합니다. "이번 주엔 지출을 잘 조절했어", "내가 해냈어" 같은 작은 성공이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하며, 재무 습관을 강화시킵니다.
아래처럼 간단한 칸을 추가해 보세요.

이번 주 내가 잘한 소비 1가지 기록
다음 주 실험해 보고 싶은 소비 전략 메모

이러한 피드백 루프는 실패보다 ‘시도와 개선’이라는 내러티브를 ADHD 뇌에 각인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감정 기반 동기부여가 중요한 ADHD 특성상, 단순한 지출보다 ‘기분이 좋았던 소비’를 추적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TIP: 예산표는 나를 통제하려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지지하는 구조물이어야 합니다. 감정을 반영한 예산표는 ADHD 뇌에게 ‘공감받는 느낌’을 줍니다.

 

▣ 마무리: ADHD 예산표는 ‘지속 가능한 단순함’을 추구해야 한다

ADHD 맞춤 예산 관리의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지속 가능하냐?”입니다.
화려한 구성, 정교한 카테고리, 완벽한 기록은 한두 번은 시도할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생존-생활-미래’의 세 가지 영역으로 구조화하고, ‘주 단위 리셋’을 통해 회복 가능성을 높이며, 정서적 피로까지 고려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예산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드는 것입니다. ADHD에게 ‘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건, 미끄러졌을 때 복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당신이 지금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자산입니다.